개발 이야기: 고블린 웃음 소리의 뒷이야기

개발 이야기: 고블린 웃음 소리의 뒷이야기

본능적인 반응이죠. “이히히히”와 같은 고음의 광기 어린 웃음 소리를 듣는 순간, 여러분은 어느 쪽에서 나는 것인지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엄청난 전리품을 부르는 짓궂은 소리란 걸 즉시 알아채기 때문이죠. 거기로 향하는 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더라도 여러분은 그 존재를 좇아 전리품을 차지합니다. 소리와 함께 아드레날린 또한 솟구치기 시작합니다.

종종 우리는 사운드 디자인을 의식하지 못하고 넘어갑니다. 디아블로 III의 검이 내는 금속음,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비전력의 신비로운 웅웅거림과 같은 모든 효과음은 주의를 기울여서 그리고 애정을 담아서 제작된 것들입니다. 이러한 청각적인 전달 수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여러분께 약간이나마 알려 드리고자, 게임 내 주요 소리 중 가장 상징적인 보물 고블린의 뒷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과정

모든 괴물의 소리와 전투 효과음 뒤에는 제작 과정이 있습니다. 보통 게임 디자인과 미술을 담당하는 팀에서 게임에서 필요한 소리가 무엇인지를 토대로 하여 사운드 디자인 팀에 제작을 요청합니다. 이는 전설 능력에 들어가는 사운드부터 새로운 괴물과 괴물의 전투 효과음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능숙하고 능률적인 사운드 디자인 팀에서는 점진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직관에 따른 방식으로 실험 과정을 진행합니다.

“저희는 오랫동안 신뢰를 구축했기 때문에 보통은 바로 사운드 제작에 착수합니다.”라며 사운드 디자인 관리자 세프 로렌스(Seph Lawrence)는 지난 12년간 성역과 함께한 작업들을 애정을 담아 회고합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에는 색다른 일들이 주어지고, 각 아티스트는 게임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자신들만의 개별 작업에 착수합니다. 

접근 방식은 상당히 다양하지만, 항상 개발팀에 제공하는 것들에서 단서를 찾아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괴물의 소리를 디자인 할 때에는 이야기나 배경 설정, 컨셉 아트, 3D 모델 또는 전투 능력과 같은 다른 개발된 내용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어떤 구체적인 것들이 필요하게 될지를 살펴보기 위해, 사운드 팀에서는 “얼마나 큰지,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육체가 피부를 지니고 있거나 뼈로 되어 있는지, 액체를 분출하는지, 물기가 많은 액체이거나 끈적끈적한 형태에 가까운지, 거주 지역의 환경은 어떠한지?”와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질문은 끊임없이 나올 수 있지만, 때때로 이것들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어 아티스트들은 빈칸을 채워 넣고자 상상력을 동원합니다.


적이 내는 소리를 상상하면 적이 새롭게 보입니다

거기서부터 디자이너는 무언가를 준비하기위한 오리지널 음향 효과로 구성된 세부 라이브러리를 뒤져볼 수도 있고, 관련 음향을 얻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녹음 환경에서 음향 효과를 재생산하거나, 목소리가 필요한 음향의 경우 목소리를 더빙함으로써 완성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변경하기, 겹쳐 보기, 혼합하기, 이 3가지 방식을 조합했을 때 새롭고 독특하고 기억될 만한 사운드가 탄생합니다.


고블린과 금화 더미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이 일반적인 과정은 성역에서 여러분이 듣는 사운드의 대부분에 적용되지만, 보물 고블린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보물 고블린의 소리는 순식간에, 또 우연하게 탄생했는데, 이것이 이 친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물 고블린은 디아블로 III 개발 당시 후반부에 추가된 요소입니다. 사운드 팀이 그 녀석에 대한 그림을 전달받았을 때, ‘뻔한 두 발 달린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떤 점이 그 녀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지? 어떤 점을 두드러지게 하면 좋을까?”라고 말이죠. 결국, 모든 고블린 얼굴의 트레이드 마크인 웃음에서 드러나는 음험함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개발팀은 임시 사운드를 먼저 게임에 넣고 싶어했기 때문에, 세프는 실험 삼아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진짜 최종 결과물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라고 어깨를 으쓱이며 세프가 한 마디를 더합니다. “그냥 그대로 가버린 거죠” 웃음 소리와 목에서 나는 킬킬대는 소리, 장난기 많은 감탄사의 연계를 통해 고블린의 핵심적인 느낌이 빠르게 합쳐졌습니다.

세프가 녹음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소리는 또 다른 사운드 디자인 관리자인 마이클 존슨(Michael Johnson)에게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세프 목소리의 톤과 피치를 조정하며 원음을 가공했습니다. 보통 디아블로와 같이 어둡고 공포스런 느낌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에서는 이러한 기법은 만화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경향이 있기에 기피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 방식은 보물 고블린에 먹혔고, 개발팀의 나머지 인원들도 좋아했습니다.

보물 고블린은 직감과 실험, 최종 작업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였습니다. 사운드 팀은 완벽주의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즉흥이라는 영역에서 출발했고, 소리를 자유자재로 실험한 끝에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만족스러운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중, 이 작은 친구의 소리만 듣고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생각해 보면 말이죠.


지속적인 인상 남기기

디아블로는 매우 고유한 사운드를 지니고 있습니다. 선임 사운드 디자이너 데이비드 로빈(David Robin)은 사운드 측면의 목표는 전반적으로 더 어둡고 더 유기체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뒤이은 메아리나 특정 공상과학 느낌의 소리는 피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보물 고블린은 성역의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짧은 순간 유머와 엉뚱함을 불어넣으며 디아블로의 청각적인 미학에 놀랍도록 잘 녹아 들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블린의 웃음 소리를 들었을 때 여러분의 첫 반응은 어땠나요? 디아블로에서 여러분을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다른 소리가 있나요? 덧글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소리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번에 현상금 사냥이나 균열을 돌 땐, 귀를 쫑긋 세우고 성역의 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보세요.